🌏 지혜의 뿌리 #43
東 東洋
博施濟衆
박시제중
넓게 베풀어 대중을 구제하다
西 WEST
philanthropy
/fɪˈlæn.θrə.pi/
noun · c. 1607

널리 베풀어 많은 사람을 구하다

✍️ Olvia · 2026-04-12 · 10분 읽기
01

만남의 장면

기원전 5세기, 노(魯)나라. 제자 자공(子貢)이 공자(孔子)에게 물었습니다 — "널리 백성에게 베풀어 대중을 구제할 수 있다면, 이를 인(仁)이라 할 수 있습니까?" 공자가 답했습니다 — "어찌 인(仁)에 그치겠느냐? 반드시 성(聖)이라 해야 한다. 요순(堯舜)도 그것을 어려워하셨다." 비슷한 시기 고대 그리스에서, 불을 훔쳐 인간에게 준 프로메테우스(Prometheus)의 행위를 극작가 아이스킬로스(Aeschylus)는 "philanthropos tropos(인류를 사랑하는 성품)"라 불렀습니다. 두 문명 모두 "조건 없이 널리 베푸는 것"을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덕이라 보았습니다.

02

동양의 이야기 — 성인도 어려워한 덕목

원전
『논어(論語)』 옹야(雍也)편, 공자(孔子), 기원전 5세기
한자 풀이
넓다
베풀다
건너다, 구제하다
무리, 대중

박시제중(博施濟衆)의 출처는 『논어(論語)』 옹야(雍也)편입니다. 공자의 제자 자공(子貢, 기원전 520~446)은 당대 최고의 부자이자 외교관이었습니다. 그가 "만약 백성에게 널리 베풀고(博施於民) 대중을 구제할 수 있다면(而能濟衆), 이를 인(仁)이라 할 수 있습니까?"라고 묻자, 공자는 뜻밖의 대답을 합니다 — "어찌 인에 그치랴, 반드시 성(聖)이라 해야 한다! 요(堯)임금과 순(舜)임금도 그것을 오히려 어려워하셨다(堯舜其猶病諸)." 공자가 "인(仁)"보다 높은 "성(聖)"이라는 말을 쓴 것은 매우 이례적이었습니다. 그는 제자들에게 인(仁)을 가르쳤지만, 성(聖)의 경지는 요순조차 완전히 이루지 못했다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이 구절에서 주목할 것은 공자가 "널리(博)"와 "대중(衆)"을 강조한 점입니다. 특정 개인에게 베푸는 것은 인(仁)이지만, "널리" 베풀어 "많은 사람"을 구제하는 것은 인을 넘어서는 경지라는 것입니다. 조선의 정약용(丁若鏞, 1762~1836)은 『논어고금주(論語古今註)』에서 이를 "박시제중은 인의 실천이 극에 달한 것"이라 해석했습니다. 나눔의 범위가 넓어질수록 덕의 격이 높아진다는 사상입니다.

03

서양의 뿌리 — 인류를 사랑하는 마음

조어
Greek philanthropia, via Late Latin · c. 1607 (English); 5th c. BC (Greek, Aeschylus)

"philanthropy"는 그리스어 "philanthropia(φιλανθρωπία)"에서 왔습니다. philos(φίλος, 사랑하는) + anthropos(ἄνθρωπος, 인간) = "인류를 사랑하는 것"이라는 뜻입니다. 이 단어가 문헌에 처음 등장하는 것은 기원전 5세기 아이스킬로스(Aeschylus, 기원전 525~456)의 비극 『결박된 프로메테우스(Prometheus Bound)』입니다. 올림포스 신들의 금지를 어기고 인간에게 불을 가져다준 프로메테우스의 행위를 "philanthropos tropos(인류를 사랑하는 성품)"라 묘사한 것이 시초였습니다. 이후 고대 로마에서 라틴어 "philanthropia"로 차용되었고, 영어에는 1607년 무렵 들어왔습니다. 초기에는 "인류에 대한 보편적 선의(goodwill toward mankind)"라는 넓은 의미로 쓰였으나, 18~19세기를 거치며 "자선 활동과 기부"라는 구체적 의미가 강해졌습니다.

흥미로운 것은 philanthropy의 원형이 "위반"이라는 점입니다. 프로메테우스는 신의 명령을 어기고 인간을 도왔습니다. 진정한 나눔은 때로 기존 질서의 경계를 넘는 것이라는 함의가 어원에 이미 새겨져 있습니다. 공자가 "요순도 어려워했다"고 말한 것과 마찬가지로, 그리스 전통에서도 보편적 나눔은 신조차 쉽게 허락하지 않은 영역이었습니다.

📚 이중 출처 확인
  • Oxford English Dictionary (OED)
    "philanthropy, n." OED Online. c. 1607, "love of mankind; desire to promote the welfare of others". From Late Latin philanthropia, from Greek philanthropia "humanity, benevolence", from philanthropos "loving mankind", from phil- "loving" + anthropos "human being". First Greek use: Aeschylus, Prometheus Bound (5th c. BC).
  • Online Etymology Dictionary
    etymonline.com/word/philanthropy — 1620s, from Late Latin philanthropia, from Greek philanthropia "love of mankind," from philanthropos "loving mankind," from phil- "loving" (see philo-) + anthropos "mankind" (see anthropo-). Originally "love of mankind"; by c. 1800 restricted to "practical benevolence, charitable giving."
04

공통의 지혜 — 나눔은 범위가 넓을수록 높은 덕이다

1

둘 다 "보편성(universality)"을 나눔의 최고 기준으로 삼습니다. 박시제중의 "박(博, 넓다)"과 philanthropy의 "anthropos(인류)"는 모두 특정 대상이 아닌 인류 전체를 향합니다. 친한 사람에게 베푸는 것은 우정이지만,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베푸는 것이 진정한 나눔이라는 인식을 공유합니다.

2

둘 다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의 경지"로 나눔을 위치시킵니다. 공자는 이를 인(仁)보다 높은 성(聖)이라 했고, 그리스 전통에서 프로메테우스의 philanthropy는 신의 영역을 침범하는 것이었습니다. 두 문화 모두 보편적 나눔을 인간 능력의 극한에 놓았습니다.

3

둘 다 "실천"을 강조합니다. 박시제중의 "시(施, 베풀다)"와 "제(濟, 구제하다)"는 행동 동사이고, philanthropy도 18세기 이후 "감정"에서 "기부와 활동"으로 의미가 구체화되었습니다. 마음만으로는 부족하고 행위로 이어져야 한다는 요구입니다.

4

차이점 — 박시제중은 "위에서 아래로(통치자의 덕)"의 방향이 강하고, philanthropy는 "시민 개인의 자발적 선택"의 성격이 강합니다. 동양에서 보편적 나눔은 왕과 성인의 의무였고, 서양에서는 개인의 자유의지에 의한 기부였습니다. 그러나 두 전통 모두 "넓게 나누는 것이 가장 어렵고 가장 위대하다"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05

기억 장치 — 집에 가져갈 한 줄

  • 博施濟衆 = 넓게(博) 베풀어(施) 대중(衆)을 구제하다(濟). 성인의 덕.
  • philanthropy = philos(사랑) + anthropos(인류) → 인류를 사랑하는 마음과 행동.
  • 한 번에 기억: "공자는 '성인도 어려워했다' 하고, 프로메테우스는 벌을 받았다 — 보편적 나눔은 그만큼 어렵다."

"진정한 베풂은 받을 사람을 고르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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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식은 전해질 때 살아있다. Olvia, ONGO 언어학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