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원 이야기
바가지 긁는 소리는 본래 잔소리가 아니라 사람의 목숨을 건 주술이었다. 조선 말 콜레라가 '괴질'·'호열자'·'쥐통'으로 불리며 창궐해 한 해에 수천, 수만 명이 죽어 나갔다. 약도 백신도 없던 시절, 사람들은 병을 옮기는 병귀(病鬼)가 시끄러운 소리를 싫어한다고 믿었다. 그래서 집집마다 소반 위에 바가지를 엎어 놓고 손톱이나 숟가락으로 득득득 긁었다. 그 거슬리고 신경을 긁는 소리에 질려 병귀가 달아나면 병이 낫는다고 여겼던 것이다. 마을 전체가 밤새 바가지 긁는 소리로 가득했다. 병이 물러간 뒤에도 그 듣기 싫은 소리의 기억은 남아, 귀에 거슬리게 자꾸 늘어놓는 잔소리를 '바가지 긁는다'고 부르게 되었다. 죽음을 막으려던 절박한 소리가, 일상의 성가신 잔소리로 살아남은 것이다.
가장 신경을 긁는 소리야말로 귀신을 쫓을 만큼 강하다고 믿었던 시대가 있었다. 잔소리를 '바가지'라 부를 때, 우리는 모르는 채로 한 시대의 공포와 기도를 입에 올리는 셈이다.
의미의 변화
How It Is Used
월급날만 되면 살림이 빠듯하다고 바가지를 긁는다.
괜히 바가지 긁지 말고 같이 가계부나 들여다보자.
하도 바가지를 긁어대니 집에 들어가기가 싫어졌다.
Related Words
Memory Hook
콜레라가 돌면 바가지를 긁어 귀신을 쫓았다 → 그 거슬리는 소리 = 잔소리.
"귀신마저 달아나게 한 그 소리가, 오늘은 저녁 밥상의 잔소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