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원 이야기
하하, 이 글자 속엔 한 나라의 비통이 통째로 박혀 있다! 1905년은 간지로 을사년(乙巳年), 일제가 강제로 을사늑약을 맺어 조선이 외교권을 빼앗긴 해다. 이때부터 날씨나 분위기가 스산하고 처량하면 사람들은 '을사년스럽다'고 했다. 그 침통한 시대의 공기가 말이 된 것이다. 이 말은 '을사년스럽다 → 을스년스럽다 → 을씨년스럽다'로 소리가 다듬어졌다. 단순한 속설이 아니다. 1908년 이해조의 신소설 '빈상설'에 '을사년시럽다'가 등장해, 늑약 불과 3년 뒤 이미 이 말이 쓰였음이 문헌으로 확인된다. 한 단어 안에 한 시대의 절망이 화석처럼 남은 셈이다.
특정 '연도'가 형용사가 된 드문 사례다. 영어의 'Black Tuesday'처럼 재난의 날이 단어가 된 경우와 닮았으나, 한국어는 아예 일상 형용사로 자리잡았다.
의미의 변화
이렇게 쓰여요
비가 추적추적 내리니 거리가 을씨년스럽다.
불 꺼진 폐가가 어찌나 을씨년스럽던지.
찬 바람 부는 늦가을 들녘이 을씨년스러웠다.
관련 단어
기억 장치
'을씨년' 속에 '을사년'이 숨어 있다 — 1905년의 쓸쓸함을 떠올리자.
"한 해의 슬픔이 천 년의 형용사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