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
어원 이야기
한글의 뜻은 우리나라 고유 글자의 이름으로, 세종이 우리말을 적기 위하여 창제한 훈민정음을 20세기 이후 달리 이르는 말입니다. 표준국어대사전은 한글을 "우리나라 고유의 글자"로 풀이하면서, 그것이 훈민정음을 20세기 이후 달리 이르는 이름이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글자는 1443년에 만들어져 1446년에 반포되었지만 "한글"이라는 이름은 그보다 사백 년 넘게 뒤인 1910년대에 생긴 것으로 전하니, 이 글은 글자가 아니라 이름의 역사를 따라갑니다. Q: 한글은 왜 한글이라고 하나요? A: 1910년대 초 주시경과 그 제자들이 쓰던 모임과 강습소의 이름에 "한글"이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하며, "한"은 1910년 무렵 주시경 등이 "국문" 대신 쓰던 "한나라글"을 줄인 것으로 보아 한(韓)나라, 곧 우리나라의 글이라는 뜻으로 읽는 설명이 으뜸이고, 크다는 뜻을 함께 보기도 합니다. "글"은 글자를 뜻하는 고유어입니다. 다만 누가 처음 이 이름을 지었는지는 어느 하나로 확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름이 생긴 자리부터 보겠습니다. 가장 널리 전하는 설명은 주시경 계열에서 이 이름이 나왔다는 것입니다. 뒷날 정리된 기록에 따르면 1913년 3월, 주시경이 이끌던 모임 "배달말글몯음"이 이름을 "한글모"로 고친 것으로 전하고, 1914년에는 그가 세운 조선어강습원이 "한글배곧"으로 이름을 바꾼 것으로 전합니다. "모"는 모임, "배곧"은 배우는 곳이라는 뜻의 토박이말 조어로, 한자어를 쓰지 않으려던 그 모임의 뜻이 이름 짓는 법에까지 배어 있습니다. 인쇄된 글에서 이른 용례로는 최남선이 1913년 9월에 창간한 어린이 잡지 『아이들보이』의 "한글"이라는 난이 꼽히며, 뒤에 제11호 끝에는 풀어쓰기를 보인 "한글풀이"가 실린 것으로 전합니다. 이 때문에 최남선이 이름을 지었다는 주장이 있고, 주시경이 지은 이름을 최남선이 받아 썼다는 설명도 있어, 명명자는 여기서 단정하지 않습니다. 분명한 것은 1910년대 초 주시경 주변에서 이 이름이 자라났다는 점이며, 주시경은 1914년에 세상을 떠났으니 그 이름이 널리 퍼지는 것을 보지는 못했습니다. 이제 "한"의 뜻입니다. 국립국어원의 설명에 따르면 1910년 무렵 주시경과 최남선 등이 "국문" 대신 "한나라글"이라는 말을 썼고, 이를 줄인 것이 "한글"이라고 합니다. 주시경이 1910년 「한나라말」이라는 글에서 "한나라말"과 "한나라글"을 쓴 것이 확인되니, 이 설명대로라면 "한"은 가까이는 대한제국의 한(韓), 멀리는 삼한의 한으로, 우리나라의 글이라는 뜻이 됩니다. 이와 나란히 크다(大)로 보는 풀이도 전합니다. 한길, 한가위, 한바탕의 "한"이 그것으로, 큰 글이라는 뜻입니다. 뒷날에는 하나(一)의 글, 바른(正) 글이라는 풀이까지 더해져 넷을 함께 말하는 일이 흔해졌지만, 이는 이름이 퍼진 뒤에 넓혀진 읽기로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주시경 자신이 "한글"의 "한"을 직접 풀이한 기록은 확인되지 않아, 이름을 지은 쪽의 뜻은 "한나라글"이라는 앞선 말에서 미루어 볼 뿐입니다. "글"은 글자와 글월을 두루 이르는 고유어로, 한글은 두 음절이 모두 토박이말인 이름입니다. 이름의 계보를 거슬러 보면 이 새 이름이 왜 필요했는지가 보입니다. 세종이 지은 이름은 훈민정음, "백성을 가르치는 바른 소리"였고, 줄여서 정음이라 불렀습니다. 한문을 참글(眞書)로 받들던 시대에 이 글자는 언문(諺文), 곧 상말의 글이라는 이름으로 불렸고, 글자를 맞추어 소리를 적는 법에 빗대어 반절(反切)이라고도 하였으며, 여자들이 쓰는 글이라 낮잡아 이르던 암글 같은 낮춤말도 전합니다. 1894년 11월 갑오개혁의 칙령 제1호 공문식 제14조가 법률과 칙령은 국문을 바탕으로 한다고 정하면서 "국문"이 처음으로 공식 이름이 된 것으로 전합니다. 그런데 1910년 나라의 이름을 잃자 "나라의 글"이라는 뜻의 국문은 쓰기 어려운 이름이 되었습니다. 바로 그 빈자리에 "한글"이 들어섰습니다. 나라의 이름은 쓸 수 없게 되었어도 "한나라글"을 줄인 두 음절 안에 그 이름을 접어 넣은 셈입니다. 1921년에 선 것으로 전하는 조선어연구회가 1927년 2월 기관지를 『한글』이라는 이름으로 내면서 이 이름이 학술 활동의 간판이 되었고, 1926년 가갸날로 시작한 기념일이 1928년 한글날로 이름을 바꾸었습니다. 북에서는 지금도 이 글자를 조선글이라 부릅니다. 오늘의 쓰임을 보겠습니다. 해마다 10월 9일이 한글날이고, 그 앞뒤로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글주간을 두어 한글날을 전후한 열흘 남짓을 기립니다. 이 무렵 가장 자주 섞이는 말이 "한글"과 "한국어"입니다. 한글은 글자이고 한국어는 말입니다. 외국인이 한글을 한나절에 익힌다는 말은 글자의 짜임을 익힌다는 뜻이지 말을 익힌다는 뜻이 아니며, 한국어는 한글로 적지만 한글로 영어나 일본어를 적을 수도 있습니다. 거꾸로 세종 이전에도 한국어는 있었고 다만 그것을 적을 한글이 없었을 뿐입니다. "한글 이름"이라는 말도 널리 쓰이지만 엄밀히는 한글로 적은 이름이 아니라 고유어로 지은 이름을 뜻하는 관용이니, 이름의 뜻을 따지는 글에서는 구별해 둘 만합니다. 한글이라는 이름은 글자보다 늦게, 나라의 이름을 잃은 뒤에 태어났습니다. 한나라의 글이라고도 큰 글이라고도 읽히는 "한" 한 음절에, 그 이름을 붙인 사람들이 글자에 걸었던 뜻이 접혀 있습니다. 한글, "한나라의 글". 나라의 이름을 쓸 수 없던 해에 그 이름을 글자에 숨겨 둔 말입니다.
한글은 글자의 역사보다 이름의 역사가 훨씬 짧은 말입니다. 그 짧은 역사의 첫머리에 "한나라글"이라는 말이 있었다는 사실은, 나라의 이름을 잃은 해에 글자에 무엇을 걸었는지를 말해 줍니다. 국문이라는 이름을 쓸 수 없게 되자 "한" 한 음절에 나라를 접어 넣었고, 그 뒤로 큰 글, 하나의 글, 바른 글이라는 읽기가 차례로 더해졌습니다. 이름은 지어진 뒤에도 그 글자를 쓰는 사람마다 다시 채워 넣게 됩니다.
의미의 변화
이렇게 쓰여요
한글주간 첫날, 아이는 "한글은 글자이고 한국어는 말"이라는 말을 처음 듣고 고개를 갸웃했다.
"한글"이라는 이름은 1910년대 초 주시경 주변에서 쓰이기 시작한 것으로 전하며, 글자보다 사백 년 넘게 늦게 태어났다.
할아버지는 어릴 적 서당에서 이 글자를 언문이라 불렀다고 했고, 손녀는 그것을 한글이라 부른다.
관련 단어
기억 장치
한글의 "한"은 "한나라글"의 줄임, 곧 한나라(대한의 한)로 먼저 외우고 크다(한길의 한)를 곁에 두면 됩니다. 하나(하나의 한)와 바르다(정음의 정)는 뒤에 더해진 읽기라는 것까지 함께 외우는 것이 요령입니다. 이름의 계보는 훈민정음, 언문, 국문, 한글의 네 마디로 줄이고, 한글이라는 이름이 1910년대 주시경 주변에서 생긴 것으로 전한다는 점을 끝에 붙이면 글자와 이름의 나이 차이가 함께 남습니다.
"한글은 글자보다 늦게, 나라의 이름을 잃은 뒤에 태어난 이름이다. 한나라의 글이라고도 큰 글이라고도 읽히는 한 음절에, 그 이름을 지은 사람들이 글자에 걸었던 뜻이 접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