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말 유래 #46
불교 유래
이판사판
막다른 데 이르러 더는 어찌할 수 없게 된 막바지의 상황
불교 화엄학의 '이판(理判)'과 '사판(事判)'이 합쳐진 말로, 조선의 승려 천대(賤待) 역사가 부정적 의미를 입혔다.
✍️ ONGO · 2026-06-06 · 5분 읽기
01

어원 이야기

시대
조선시대

이판(理判)과 사판(事判)은 본래 화엄학에서 세계를 보는 두 차원이다. 이(理)는 눈에 보이지 않는 본질의 세계, 사(事)는 눈에 보이는 현상의 세계를 가리켰다. 조선시대에 와서 이판승은 참선·경전 연구·포교에 힘쓰는 수행승을, 사판승은 절의 살림과 운영을 맡는 행정승을 뜻하게 되었다. 그런데 조선은 숭유억불의 나라였다. 승려는 천민으로 떨어졌고 조선 말기에는 도성 출입조차 금지당했다. 승려가 된다는 것은 '이판이든 사판이든' 더는 갈 데 없는 신분의 막다른 길로 들어선다는 뜻이었다. 그 막다른 처지가 곧 '이판사판'이라는 말이 되었다. 고결한 불교 철학 용어가 한 시대의 차별을 거치며 절박함의 대명사로 변한 것이다.

같은 단어가 시대의 편견을 통과하면 정반대 무게를 얻는다. 진리를 가르던 말이 막다른 골목의 말이 되기까지, 그 사이에는 한 종교를 천대한 역사가 통째로 들어 있다.

02

의미의 변화

1
원래 의미
화엄학에서 본질의 세계(理)와 현상의 세계(事)를 판단함
2
파생
조선시대 수행승(이판승)과 살림승(사판승)을 가리킴, 천대받는 신분의 막다른 처지
3
현대
더는 어찌할 수 없는 막바지, 될 대로 되라는 심정
03

이렇게 쓰여요

이판사판이다, 이렇게 된 거 끝까지 가보자.

시험도 망쳤겠다 이판사판으로 면접에서나 솔직하게 말했다.

더 잃을 것도 없는 이판사판 심정으로 사업에 전 재산을 걸었다.

04

관련 단어

야단법석
둘 다 불교 의례·교학에서 나와 세속의 일상어로 변한 말
막무가내
어찌할 도리가 없다는 막바지의 정서를 공유
배수진
물러설 데가 없는 절박한 결단이라는 점에서 통함
05

기억 장치

理(이치 리)와 事(일 사)를 '판단(判)'한다 → 본질도 현실도 다 따져봤는데 답이 없는 막다른 길.

"진리를 가르던 두 글자가 막다른 골목의 이름이 되기까지, 그 사이엔 한 시대의 차별이 있었다."

다음 단어
야단법석
여러 사람이 모여 떠들썩하고 시끄러운 모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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