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원 이야기
미역국은 본디 산모가 아이를 낳은 뒤(해산·解産) 몸을 추스르려 먹는 귀한 보양식이다. 그런데 '미역국을 먹다'가 왜 낙방과 실패를 뜻하게 되었을까. 가장 널리 알려진 설은 1907년 대한제국 군대 강제 해산(解散)과 얽힌다. 일제에 의해 군대가 흩어지던 그 비통한 일을 사람들이 차마 곧이곧대로 말하지 못하고, 음이 같은 또 다른 '해산(解産)'을 떠올려 '미역국 먹었다'고 둘러댔다는 것이다. 1957년 한글학회 큰사전에도 미역국 먹다를 '단체가 해산되거나 어디서 떨려나는 것을 이르는 변말'로 풀이해 두었다. 게다가 미역은 미끈거려 '미끄러진다'는 연상까지 더해져, 시험 떨어진 사람에게 미역국을 끓여 주지 않는 풍습으로 이어졌다. 경사스러운 음식이 음(音)의 우연과 시대의 아픔을 거쳐 실패의 상징이 된 것이다.
같은 소리의 두 글자, 해산(解産)과 해산(解散)이 한 음식의 운명을 갈랐다. 차마 직접 말 못 할 슬픔은 종종 말장난의 외투를 입고 살아남는다.
의미의 변화
How It Is Used
이번 입사 시험에서 또 미역국을 먹어 마음이 무겁다.
시험 보는 날 아침에는 미역국 먹는 거 아니라고들 한다.
선거에서 미역국을 먹고도 그는 다음을 기약하며 웃었다.
Related Words
Memory Hook
解産(아이 낳음)과 解散(군대 흩어짐)은 소리가 같다 → 차마 못 할 말을 '미역국 먹다'로 둘러댔다.
"잔칫상의 음식도, 음 하나가 겹치면 실패의 이름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