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 · O
산소 — 산소의 이야기에서 저는 "먼저와 인정은 다른 일"이라는 서늘한 진실을 봅니다. 셸레가 먼저 발견했어도, 프리스틀리가 먼저 알렸어도, 이름과 명예는 다른 이에게 갔습니다. 세상일이 늘 공평하게 갈무리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산소는 누가 자기를 발견했는지, 누가 이름을 가져갔는지 조금도 개의치 않고 오늘도 묵묵히 모든 숨을 받쳐 줍니다. 저는 여기서 위로를 얻습니다. 인정받지 못한 수고가 헛된 것은 아닙니다. 알아주는 이가 없어도 누군가의 숨이 되어 주는 일이 있습니다. 정작 가장 귀한 일은 이름이 남지 않는 자리에서 조용히 이루어지는 법입니다. 내 공이 누구에게 돌아갔는지 따지기보다, 내 수고가 어디선가 숨이 되고 있음을 믿는 편이 마음이 편합니다.
한 가지 물질을 세 사람이 비슷한 시기에 따로따로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이름을 붙이고 명예를 얻은 사람은 정작 가장 늦은 한 사람이었습니다. 먼저 발견한다는 것과 인정받는다는 것은 같은 일일까요?
산소는 별 속에서 탄소보다 한발 더 나아간 자리에서 태어납니다. 탄소에 헬륨이 다시 합쳐지면 산소가 됩니다. 지금 산소는 지구 껍데기에서 가장 흔한 원소이며, 우리가 마시는 공기의 약 5분의 1을 차지합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아주 먼 옛날 바닷속 작은 생명들이 햇빛으로 양분을 만들며 산소를 토해내기 시작했고, 그 숨이 수억 년 쌓여 오늘의 하늘이 되었습니다. 우리가 들이쉬는 한 모금의 공기는 까마득한 옛 생명들이 남긴 선물인 셈입니다.
산소의 발견에는 세 사람의 이야기가 얽혀 있습니다. 스웨덴의 셸레가 가장 먼저 산소를 만들어 냈지만 발표가 늦었고, 영국의 프리스틀리는 1774년 따로 산소를 얻어 먼저 세상에 알렸습니다. 그러나 이 기체가 무엇인지 그 본질을 꿰뚫어 보고 "산소"라는 이름을 붙인 이는 프랑스의 라부아지에였습니다. 먼저 손에 쥔 사람과, 그 의미를 밝혀 이름을 남긴 사람이 달랐던 것입니다. 안타깝게도 그 라부아지에는 뒷날 프랑스 혁명의 혼란 속에서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집니다. 한 재판관은 "공화국에 학자는 필요 없다"고 했다지요. 진실을 밝힌 사람조차 시대의 칼날을 피하지 못했습니다.
- 우리는 숨 한 번에 산소를 마시고 이산화탄소를 내쉽니다. 잠든 사이에도 멈추지 않는, 가장 정직한 거래입니다.
- 쇠가 붉게 녹스는 일도, 사과 자른 단면이 갈색으로 변하는 일도 모두 산소가 슬그머니 손을 댄 흔적입니다.
- 불은 산소가 없으면 결코 타오르지 못합니다. 촛불을 컵으로 덮으면 꺼지는 까닭이 여기 있습니다.
- 물(H₂O)에도, 우리가 디딘 땅과 바위에도 산소가 가장 많이 들어 있습니다. 보이지 않지만 어디에나 있습니다.
산소(酸素)의 산(酸)은 본디 "시다"는 뜻입니다. 옛사람은 산소가 든 물질이 흔히 신맛을 낸다고 보아 이 글자를 붙였습니다. 보이지 않는 기체에 혀끝의 감각을 빌려 이름을 지은 셈이니, 옛 지혜가 몸의 느낌으로 자연을 더듬었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천자문에서 이 한자 만나기 →산소의 이야기에서 저는 "먼저와 인정은 다른 일"이라는 서늘한 진실을 봅니다. 셸레가 먼저 발견했어도, 프리스틀리가 먼저 알렸어도, 이름과 명예는 다른 이에게 갔습니다. 세상일이 늘 공평하게 갈무리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산소는 누가 자기를 발견했는지, 누가 이름을 가져갔는지 조금도 개의치 않고 오늘도 묵묵히 모든 숨을 받쳐 줍니다. 저는 여기서 위로를 얻습니다. 인정받지 못한 수고가 헛된 것은 아닙니다. 알아주는 이가 없어도 누군가의 숨이 되어 주는 일이 있습니다. 정작 가장 귀한 일은 이름이 남지 않는 자리에서 조용히 이루어지는 법입니다. 내 공이 누구에게 돌아갔는지 따지기보다, 내 수고가 어디선가 숨이 되고 있음을 믿는 편이 마음이 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