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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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브리스
히브리스
Ὕβρις · Hybris
히브리스
신화 이야기
히브리스(영어식 휴브리스) 뜻은 그리스어 ὕβρις 그대로 "도를 넘는 오만, 남을 깔보아 욕보이는 방자함"이며, 그리스 신화에서는 이 낱말이 그대로 의인화되어 제우스와의 사이에서 목신 판(Pan)을 낳았다고 전하는 여성 신격이기도 하다(사실). 오늘 흔히 쓰는 "휴브리스 신드롬", "hubris 뜻"이 가리키는 것도 결국 이 하나 — 잘나갈 때 제 분수를 잊고 남과 신을 얕보는 마음이며, 그리스인은 그것이 응보를 부른다고 믿었다. 게라스처럼 이야기다운 이야기는 거의 없고, 남은 것은 족보 한 줄과, 시인·비극작가·철학자·입법자가 이 낱말을 두고 벌인 긴 토론이다. 족보부터 보면, 아폴로도로스 『비블리오테케』 1.4.1은 아폴론이 예언술을 "제우스와 히브리스의 아들 판에게서(παρὰ Πανὸς τοῦ Διὸς καὶ Ὕβρεως)" 배웠다고 적는다(사실, 원문). 고전 문헌에서 히브리스를 판의 어머니로 적은 거의 유일한 대목으로, 헤르메스의 아들로 보는 흔한 판 계보와는 다른 전승이다(통설). 낱말로서의 히브리스는 이보다 훨씬 오래되고 무겁다. 헤시오도스 『일과 날』 213~218행은 아우 페르세스에게 이렇게 타이른다 — "페르세스여, 그대는 디케(정의)를 듣고 히브리스를 키우지 말라. 히브리스는 가난한 사람에게 나쁘고(ὕβρις γάρ τε κακὴ δειλῷ βροτῷ), 귀한 사람도 그것을 가볍게 짊어지지 못하며 … 디케가 히브리스를 이기고 끝내 뚫고 나온다(Δίκη δ᾽ ὑπὲρ Ὕβριος ἴσχει ἐς τέλος ἐξελθοῦσα)"(사실, 원문). 여기서 히브리스는 성격이 아니라 행위이고, 그 반대말은 겸손이 아니라 정의다. 다음 세기 아테네의 입법자 솔론은 그것이 어디서 오는지를 한 줄로 못 박았다. 단편 6(West)에 "포만(코로스)이 히브리스를 낳는다, 큰 부가 따를 때(τίκτει γὰρ κόρος ὕβριν, ὅταν πολὺς ὄλβος ἕπηται)"(사실, 원문 — 아리스토텔레스 『아테네인의 국제』 12.2에 인용된 형태). 테오그니스 153행에도 거의 같은 구절이 있다 — "포만이 히브리스를 낳는다, 못난 자에게 부가 따를 때(τίκτει τοι κόρος ὕβριν, ὅταν κακῷ ὄλβος ἕπηται)"(통설, 이번 회차 원문 직접 대조는 못 했다). 배부름이 어머니이고 오만이 딸이라는 이 족보를, 핀다로스는 『올림피아 송가』 13.10에서 뒤집어 "코로스의 어머니, 입 사나운 히브리스(Ὕβριν Κόρου ματέρα θρασύμυθον)"라 부른다(사실, 원문). 어느 쪽이 먼저인가 — 배가 부르니 오만해지는가, 오만하니 아무리 채워도 배부른 줄 모르는가. 두 시인이 서로 반대로 적은 이 계보가 히브리스라는 낱말의 핵심이며, 그리스인은 둘 다 맞다고 여겼던 것으로 보인다(통설). 헤로도토스 8.77이 전하는 살라미스 해전의 신탁도 같은 집안 이야기다 — "거룩한 디케가 히브리스의 아들, 힘센 코로스를 끌 것이다(δῖα Δίκη σβέσσει κρατερὸν Κόρον, Ὕβριος υἱόν)"(사실, 원문). 이때 히브리스의 아들 코로스는 그리스 땅을 삼키려던 페르시아 대군을 가리킨다(통설). 그 전쟁을 무대에 올린 아이스킬로스 『페르시아인』 821~822행에서 죽은 왕 다레이오스의 혼령은 아들 크세르크세스의 패인을 이렇게 요약한다 — "히브리스가 꽃피면 아테(미망)의 이삭을 맺고, 거기서 온통 눈물인 수확을 거두어들인다(ὕβρις γὰρ ἐξανθοῦσ᾽ ἐκάρπωσε στάχυν ἄτης, ὅθεν πάγκλαυτον ἐξαμᾷ θέρος)"(사실, 원문). 꽃 — 이삭 — 수확. 오만은 한순간의 실수가 아니라 한 철에 걸쳐 자라는 농사이며, 거두는 것은 반드시 심은 자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 낱말을 감정의 자리에서 정의했다. 『수사학』 2.2, 1378b23~25에서 히브리스란 "당하는 사람에게 수치가 되는 일을 하거나 말하되, 자기에게 무슨 이득이 생기라고가 아니라 그저 그것이 즐거워서 하는 것(ὅπως ἡσθῇ)"이라 정의하고(사실, 원문), 이어지는 2.2.6(1378b28~29)에서 젊은이와 부자가 히브리스에 기울기 쉽다고 덧붙인다 — 남을 깔봄으로써 제가 더 높아진다고 느끼기 때문이라는 것이다(통설, 이 구절은 이번 회차 원문 미대조). 이 정의는 법정에서도 통했다. 아테네에는 히브리스 공소(γραφὴ ὕβρεως)가 따로 있어 피해자가 아니라도 시민 누구나(ὁ βουλόμενος) 고발할 수 있었고, 데모스테네스 21 『메이디아스 반박』 47절에 그 법문이 인용된다 — 자유인이든 노예든, 아이든 여자든 남자든 누구에게 히브리스를 저지르면 고발할 수 있다는 조문이다(사실, 원문 인용 / 다만 연설문에 삽입된 법문·문서의 진정성은 학계에서 논쟁 중이라 조문 자구를 아테네 법 원문 그대로로 읽지는 않는다). 그리스인에게 히브리스는 마음속 태도 이전에 남의 몸과 명예에 가해지는 사건이었다는 뜻이다. 오늘의 쓰임. 영어 hubris는 19세기 후반 그리스 비극 연구 용어로 들어와 20세기에 일상어가 되었다(통설). 경제학에서는 리처드 롤이 1986년 「The Hubris Hypothesis of Corporate Takeovers」(Journal of Business)에서 기업 인수 때 경영자가 인수 프리미엄을 지나치게 지불하는 원인을 경영자 자신의 hubris — 자기 판단이 시장보다 낫다는 과신 — 로 설명했다(사실). 의사 출신의 전 영국 외무장관 데이비드 오언은 정신의학자 조너선 데이비드슨과 함께 2009년 학술지 Brain에 「Hubris syndrome」이라는 논문을 실어, 권력을 오래 쥔 사람에게 나타나는 자기 과신·경청 상실·무모함의 묶음을 하나의 증후군으로 부르자고 제안했다(사실). 다만 이것은 제안 개념이며 DSM이나 ICD 같은 공식 진단 체계에는 들어 있지 않다(사실). 역사학에서는 토인비가 『역사의 연구』에서 문명을 일으킨 창조적 소수가 몰락하는 원인 가운데 하나로 과거 성공에 대한 자기도취를 꼽았고, 이를 흔히 hubris로 요약한다(통설). 요즘 이 낱말이 자주 나란히 놓이는 곳은 심리학이다. 크루거와 더닝은 1999년 「Unskilled and Unaware of It」(Journal of Personality and Social Psychology 77권 6호)에서 어떤 과제의 능력이 낮은 사람일수록 자기 수행을 실제보다 높게 평가하는 경향을 보고했다(사실) — 이 블로그의 더닝 크루거 효과 편에서 따로 다룬 내용이다. 이후 회귀 효과와 측정 오차만으로도 비슷한 그래프가 나온다는 통계적 반론이 제기되어 효과의 크기와 해석은 지금도 논쟁 중이다(통설·논쟁). Q: 휴브리스와 더닝 크루거 효과는 같은 말인가요? A: 아니다. 더닝 크루거 효과는 "모르기 때문에 제 모름을 모르는" 인지의 문제이고, 히브리스는 알고도 남을 깔보는 태도와 행위의 문제다 — 솔론의 말대로 히브리스의 어머니는 무지가 아니라 포만이며, 아리스토텔레스의 말대로 그것은 능력이 낮은 사람보다 젊고 부유한 사람 쪽으로 기운다. 하나는 능력의 빈자리에서 자라고, 하나는 성공의 잔치에서 자란다.
핵심 상징
히브리스(영어식 휴브리스) 뜻은 그리스어 ὕβρις 그대로 "도를 넘는 오만, 남을 깔보아 욕보이는 방자함"이며, 신화에서는 제우스와의 사이에 판(Pan)을 낳은 신격이자 디케(정의)에게 끝내 지는 낱말이다. 영어 hubris와 "휴브리스 신드롬"의 뿌리가 이 말이다.
이 신이 낳은 말
hubris (오만, 휴브리스)
도를 넘는 오만, 자기 과신 — 그리스어 ὕβρις를 19세기 후반 영어가 그리스 비극 용어로 들여온 말 정설
hubris 어원은 신의 이름과 낱말이 한 몸이라는 점에서 게라스와 같다. 그리스어 ὕβρις(hybris)는 호메로스 때부터 쓰인 보통명사로 "폭행, 능욕, 방자함, 도를 넘음"을 뜻하고, 동사 ὑβρίζω(욕보이다), 행위자 명사 ὑβριστής(오만한 자, 능욕자)가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사실). 그런데 이 낱말 자체의 더 깊은 뿌리는 분명하지 않다 — 앞 요소 ὑ-는 인도유럽어 *ud-(위로, 밖으로)로 추정되지만 뒤 요소의 정체는 논쟁 중이고(사실, Etymonline), 그리스 이전 기층어(Pre-Greek)에서 온 낱말로 보는 견해도 있다(통설·이번 회차 미확인). 영어로는 늦게 들어왔다. 형용사 hubristic이 1831년에 먼저 기록되고, 명사 hubris는 1884년에 나타나는데 형용사에서 거꾸로 만든 역성어(back-formation)이거나 그리스어에서 곧장 온 것으로 본다(사실, Etymonline). 그리스어 철자를 살린 hybris 형은 1911년 무렵 니체 번역서에서 영어에 들어왔다(사실, Etymonline). 처음에는 그리스 비극을 논하는 학자의 말이었고, 주인공이 지나친 자신감으로 파멸에 이르는 구조를 가리키는 용어로 쓰이다가 20세기에 정치·경영·과학의 과신을 두루 가리키는 일상어가 되었다(통설). 우리말 표기는 둘이 섞여 쓰인다. 그리스어 발음을 따르면 "히브리스", 영어 발음을 따르면 "휴브리스"이며, 국내 언론과 경영서는 영어 발음 쪽 "휴브리스"를 더 자주 쓰는 편이다. 국립국어원 우리말샘에는 "휴브리스"가 문학 용어 — 그리스 비극에서 과거의 성공을 바탕으로 지나친 자신감에 빠져 파멸에 이르는 주인공의 특성 — 로 올라 있고(사실), 표준국어대사전 등재 여부는 이번 회차 확인하지 못했다. 이 항목은 그리스어 표기를 제목으로 삼았다.
ONGO 큐레이터
10월 첫 주, 들판의 벼가 고개를 숙이는 것은 겸손해서가 아니라 이삭이 익어 무거워졌기 때문이다. 다레이오스의 혼령이 말한 이삭은 반대다 — 히브리스가 꽃피어 맺은 이삭은 고개를 숙이지 않고, 거두는 날 눈물이 된다. 솔론은 배부름이 오만을 낳는다 했고 핀다로스는 오만이 배부름을 낳는다 했다. 어느 쪽이든 그 집안은 잔치 뒤에 찾아온다. 헤시오도스가 히브리스의 맞은편에 세운 것은 겸손이 아니라 디케였다. 오만은 마음의 병이 아니라 남의 몫을 넘보는 사건이라는 뜻이다. 수확의 달에 제 이삭이 어느 쪽인지 들여다볼 시간 정도는 있다.
동양의 거울
滿招損,謙受益 — 자만은 손해를 부르고 겸손은 이익을 받는다; 『서경(書經)』 「대우모(大禹謨)」 — 우(禹)가 묘(苗)를 정벌하러 나설 때 익(益)이 올린 말로, "하늘의 도가 이러하다(時乃天道)"로 이어진다(사실, 원문 / 「대우모」가 古文尚書 편이라 편 자체의 진위 논쟁이 있음은 통설)
🪞 신화의 거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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