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원 이야기
순우리말 같은 '사글세', 실은 한자에서 굴러온 말이다! 본래는 삭월세(朔月貰)였다. 초하루 삭(朔)은 '달(月)을 세는 단위'로도 쓰여, '삭월'은 곧 '달달이', '월세'를 뜻했다. 즉 '다달이 내는 세'가 삭월세였다. 그런데 둘째 음절의 이중모음이 단모음으로 풀리면서 '삭월세 → 삭을세 → 사글세'로 소리가 변했다. 재미있는 건 표준어 정책이다. 1950년대까지 '삭월세'로 쓰다가, 이미 굳어진 발음을 인정해 1988년 표준어 개정 때 아예 '사글세'를 표준으로 삼고 '삭월세'를 버렸다. 어원이 또렷한 한자어인데도, 변한 소리 쪽을 정식으로 채택한 드문 사례다.
어원보다 '실제 쓰이는 발음'을 표준으로 택한 언어 정책의 본보기다. 'cupboard'를 '컵보드'가 아니라 '커버드'로 읽는 영어의 음운 마모와도 닮았다.
의미의 변화
이렇게 쓰여요
보증금 없이 사글세로 방을 얻었다.
사글세 살던 시절이 떠오른다.
그 동네는 아직 사글세 집이 많다.
관련 단어
기억 장치
'삭월(朔月)=달달이'가 발음 따라 '사글'로 변했다.
"쓰이는 소리가 끝내 글자를 이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