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들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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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링크스
시링크스
Σῦριγξ · Syrinx
시링크스
신화 이야기
시링크스는 아르카디아의 숲에 살던 님프로, 사냥의 여신을 따라 순결하고 자유롭게 지내기를 원했다. 어느 날 반은 사람, 반은 염소인 목신(牧神) 판이 그녀에게 다가서자, 시링크스는 붙잡히지 않으려 강가로 달아났다. 더는 나아갈 수 없는 강물 앞에 이르자, 그녀는 강의 님프들에게 자신의 모습을 바꾸어 달라 빌었다. 판이 그녀를 안으려는 순간, 품 안에 남은 것은 처녀가 아니라 한 다발의 강가 갈대뿐이었다. 바람이 그 갈대 사이를 스치자, 구슬프고도 맑은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 소리에 마음을 빼앗긴 판은, 갈대를 길이가 다르게 잘라 나란히 이어 붙여 하나의 피리를 만들었다. 그리고 사라진 님프의 이름을 따 그것을 시링크스라 불렀다. 붙잡히기를 거부하고 갈대가 된 그녀는,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피리의 노래로 다시 태어났다.
핵심 상징
붙잡히기를 거부하고 갈대가 된 님프 — 사라진 자리에서 태어난 피리의 노래.
이 신이 낳은 말
syringe (시린지)
주사기 — 그리고 팬파이프 정설
Σῦριγξ(갈대 피리·속이 빈 관) → 갈대를 이어 만든 팬파이프 시링크스이자, 관(管)을 뜻하여 오늘날의 syringe(주사기)가 되었다. 새의 발성기관 syrinx, 척수에 빈 관이 생기는 병 syringomyelia도 모두 이 "관"에서 왔다
ONGO 큐레이터
시링크스는 붙잡히지 않으려 제 모습을 버렸지만, 그 자리에서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피리 소리가 태어났다. 잃음이 끝이 아니라 새로운 노래의 시작이 된 것이다. 원치 않는 손길을 피해 스스로를 지킨 자리에, 뜻밖의 아름다움이 피어나기도 한다. 무언가를 내려놓거나 잃은 그 빈 관(管) 사이로, 바람이 지나며 처음 듣는 소리를 울릴지도 모른다.
동양의 거울
絶處逢生(절처봉생) — 막다른 곳에서 도리어 살길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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